건조한 피부를 위한 올바른 목욕법
요즘같이 춥고 건조한 날씨에는 피부 또한 쉽게 건조해질 수 있다. 특히 피부가 연약한 아기나 노인들, 혹은 아토피피부염을 지닌 환아의 경우 피부가 하얗게 일어나고 가려움증에 시달린다.
이러한 경우, 잘못된 생활 습관은 피부를 더욱 건조하게 만들 수 있어 주의해야 하는데, 실내의 적절한 온습도 조절 및 보습제 사용과 더불어 중요하게 지켜야 할 것이 바로 올바른 목욕법이다.
예전에는 목욕을 하면 피부로 스며들었던 물기가 증발해 오히려 피부가 건조해진다고 잦은 목욕을 피하도록 했다. 하지만 적절한 목욕은 각질층 내에 수분을 공급해주고, 각종 감염원(세균, 진균, 바이러스 등)의 침입으로부터 피부 장벽의 보호 기능을 강화해준다. 특히 황색포도상구균은 아토피피부염의 악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밝혀져 청결한 피부 상태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또한 땀이 많이 난 경우나 먼지 등의 외부오염물질 또한 건조한 피부에 자극원으로 작용해 가려움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데, 목욕을 통해 이를 제거할 수 있다.
적절하게 시행한 목욕은 아토피피부염의 치료에도 매우 효과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약하고 건조한 피부를 가진 경우나 아토피피부염환자에 있어서의 올바른 목욕법은 다음과 같다.
샤워보다는 욕조 안에서 20분 이내로 몸을 담그는 입욕을 하는 것이 좋으며 물은 뜨겁지 않을 정도의 약간 미지근한 물이 좋다. 신생아 목욕시에도 욕조에 따뜻한 물 (37.8-38.8℃)을 담고 어깨까지 잠기게 하는 통목욕이 좋은데,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하였을 때 아기가 덜 울고 편안해하며, 탯줄이 아직 떨어지지 않은 상태더라도 감염율은 증가하지 않았다.
목욕 횟수의 경우 하루에 한 번 일반적으로 정상인들이 매일 샤워하는 횟수에 기준하는 것이며, 목욕 시간의 경우 5분에서 30분까지 문헌 보고에 따라 다양한 시간을 보고하고 있는데 가장 많은 보고는 10분 이상이었으며 여러 문헌 보고 중 피부과학 영문교과서의 보고에 기준하여 20분 이내로 권장한다.
피부가 건조하거나 아토피피부염을 가진 경우에 있어 목욕에 대한 잘못된 시각 중 하나는 세정제를 사용하지 않고 물로만 목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물로만 목욕하는 경우 피부 표면의 기름 성분과 더러운 성분을 약 65%만 제거하게 되므로 세균의 성장이 촉진될 수 있고 국소 연고제나 보습제의 피부를 통한 흡수도가 감소하게 되어 아토피피부염의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목욕 시 세정제의 사용은 필요하며, 적어도 2∼3일에 한번은 세정제를 사용한 목욕이 권장된다. 이러한 세정제의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피부 표면 pH이다.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피부 표면 pH는 정상인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피부 표면 pH가 높아져 알칼리성으로 바뀌게 되면 피부 습윤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라마이드 등의 지질들을 만드는 효소들의 활성도가 저하되기 때문에 피부가 건조해진다. 또한 산성 환경에서 유지되었던 균 억제 효과 또한 떨어진다. 그러므로 세정제 선택에 있어 산성도 (pH 4.5∼5.5)를 유지하는 것을 권장한다. 현재까지 기술적으로 고형 상태로 약산성 세정제를 만드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으므로, 액상 형태의 세정제를 사용하는 게 좋겠다.
목욕 시에는 때를 밀거나 타올로 문지르는 자극을 피해야 하며, 거품 목욕은 피부를 더욱 건조하게 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목욕실은 따뜻하게 해 목욕물과의 온도차가 크지 않도록 해야 갑작스런 온도의 변화로 인한 가려움증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목욕 후에는 바로 부드러운 타올로 두드리듯 물기를 닦아주고 피부에 있는 수분이 증발하기 전 3분 이내에 가능하면 욕실 안에서 보습제를 발라 주도록 한다.
목욕통 속에 보습에 도움을 주는 입욕제를 첨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전분 가루나 녹차도 경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곡물목욕의 경우 쌀 전분욕 또는 세안을 하루에 두 번씩 15분간 하였을 때 손상된 피부의 재생에 도움이 되고 특히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경우 피부장벽기능이 회복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보고가 있으며 이는 쌀 전분 속에 포함되어 있는 작은 입자들이 갈라져 손상된 피부의 상층부에 붙어 균일한 막을 형성하여 피부를 보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또한 쌀겨를 끓인 물로 하루에 한번씩 목욕을 하였을 때에도 쌀겨의 구성 성분인 γ-oryzanol이 피부의 각질층을 보호하여 아토피피부염이 호전되었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1900년대 중반에 오트밀이 첨가된 목욕제가 개발되었으며 이후 연구를 통해 오트밀 목욕이 건조하고 가려운 피부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연구의 참여자들은 오트밀 목욕으로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실크처럼 되었다고 기술하여 효능이 매우 좋음을 보고하였고, 2003년에는 미국 FDA로부터 피부보호제로 허가 받게 되었다. 오트밀은 다양한 성분으로 인해 여러 가지 효능이 기대되는데 특히 피부 표면에 필름을 형성하여 보습 작용이 좋은 것으로 보고되며, 피부의 산도를 조절하는 효과도 있음이 알려져 있고, 자외선 차단 효과, 항염 효과 등 다양한 효능이 알려져 있다. 이러한 다양한 효과는 오트밀의 화학적 다형성에서 기인하는데, 다량의 전분과 베타클루칸(ß-glucan)이 수분을 끌어당기고 보호하는 작용을 하며, 여러 phenol들은 항산화/항염 효과를 나타내고, 이중 일부는 강력한 자외선차단효과도 보인다. 오트밀의 사포닌 성분은 세정효과를 나타낸다.
녹차에 포함된 polyphenol 성분 중 하나인 epigallocatechin gallate(EGCG)는 staphylococcal enterotoxin B (SEB)를 중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SEB는 황색포도상구균 초항원(superantigen)으로 작용하여 아토피피부염의 악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EGCG에 의한 SEB의 중화는 황색포도상구균 초항원에 의해 유도된 T세포 활성화를 억제함으로써 아토피피부염의 악화를 억제할 수 있다. 또한 우롱차를 6개월간 매일 복용한 경우 polyphenol 의 항알레르기 효과에 의해 아토피피부염의 증상이 호전 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catechin 등의 polyphenol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녹차는 아토피피부염의 염증반응을 완화시켜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현재까지 입욕제로서의 정확한 이용 방법이나 그 효과는 보고되고 있지 않다.
이 외에도 망간이온과 요오드이온이 함유되어 있는 산성환경의 온천욕(pH 2.0∼3.0)은 황색포도상구균 에 대해 살균력을 나타내며 온천욕 중에는 피부 표면 pH를 3.0으로 유지시키고 온천욕 후에는 피부 표면 pH를 3.0∼4.6으로 유지시킨다. 그러므로 산성 환경의 온천욕(pH 2.0∼ 3.0)은 아토피피부염의 악화요인인 황색포도상구균 의 성장을 억제하고 피부 표면 pH를 산성 환경으로 유지시킴으로써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토피피부염이 자주 악화되고 진물이 날 경우에는 항균효과가 있는 성분을 목욕물에 함께 넣어 사용하는 목욕법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항균성분의 포함이 목욕물의 pH 를 높여 피부를 더 건조하게 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일상에서 가볍게 생각했던 생활습관을 올바르게 꾸준히 해주는 것만으로도 피부 건강에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본 컬럼에서 이야기한 ‘건조한 피부를 위한 올바른 목욕법’을 명시하여, 춥고 건조한 날씨에도 촉촉하고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시기를 바란다.